저는 아직 당뇨병은 아니지만,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마른 비만 판정을 받았습니다. 겉으로 뚱뚱해 보이는 사람들에게만 온다고 생각했던 각종 질병에 정상 체중인 저 역시 가까이 다가가 있으니 이것 저것을 조심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처음엔 꽤 충격적이었죠.
흔히 당뇨병이라고 하면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당뇨병 환자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겉보기에는 정상 체중이거나 마른 체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비비만형 당뇨병' 또는 흔히 '마른 당뇨'라고 부릅니다.
마른 당뇨는 대중적인 인식과 달리 비만형 당뇨보다 발견이 늦고, 기존의 획일화된 당뇨 관리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오히려 영양 불균형이 심해지거나 근육량이 급감하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마른 당뇨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과 의학적 특징, 그리고 비만형 당뇨와 차별화되어야 하는 관리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1. 마른 당뇨의 원인: 서구인과 다른 아시아인의 췌장 구조
마른 당뇨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유전적, 선천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인슐린 분비 능력의 한계'입니다. 서구인의 당뇨병은 과도한 칼로리 섭취로 살이 찌면서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주된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췌장 크기가 약 12.3% 작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은 약 36.5%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크기 차이보다도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기능 자체의 차이가 더 크다는 점이 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체중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야식, 과식, 혹은 단순당(밀가루, 설탕 등) 섭취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작은 췌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고혈당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겉은 말랐지만 혈당을 처리하는 능력 자체가 상대적으로 약해서 생기는 경향이 있는 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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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체중도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에 따라 마른 당뇨가 될 수 있습니다. |
2. 마른 당뇨 환자의 3가지 핵심 의학적 특징
마른 당뇨 환자들은 비만형 당뇨 환자들과 신체 조성 및 대사 프로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근감소성 비만과 높은 내장지방률
체질량지수(BMI)는 정상이지만 인바디 검사를 해보면 팔다리는 가늘고 복부에만 지방이 몰려 있는 'TOFI(Thin Outside, Fat Inside)' 형태가 많습니다. 근육은 혈액 속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인데, 허벅지를 비롯한 하체 근육량이 부족하고 장기 사이사이에 내장지방이 끼어 있으면 마른 몸이라 하더라도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급격한 체중 감소와 피로감
마른 당뇨 환자는 고혈당이 시작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저하되면서 세포가 에너지를 충분히 쓰지 못하는 상태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몸은 근육의 단백질과 체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쓰기 시작합니다.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음에도 체중이 줄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이 특징적인 신호 중 하나입니다.
낮은 인슐린 분비 지표 (C-펩타이드 수치 저하)
병원 혈액 검사 시 인슐린 분비 성능을 나타내는 'C-peptide' 수치를 측정해 보면, 비만형 당뇨 환자는 대개 정상이거나 기준치보다 높게 나오는 반면 마른 당뇨 환자는 이 수치가 낮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췌장 기능이 저하되어 있음을 시사하므로, 조기에 담당 의료진과 함께 관리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3. [표] 마른 당뇨 vs 비만형 당뇨 대사 지표 비교
두 유형의 차이를 이해하면 왜 관리 방향이 달라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 구분 지표 | 마른 당뇨 (비비만형) | 비만형 당뇨 (전형적 2형) |
|---|---|---|
| 주요 발병 원인 |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 경향 | 지방 과다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
| 신체 특징 | 정상 체중, 근육량 부족, 내장지방 과다 경향 | 과체중, 전신 비만, 피하지방률 높음 |
| 인슐린 분비능 | 낮은 경향 (C-펩타이드 저하) | 정상 또는 높음 (과분비 상태) |
| 1차 관리 목표 | 체중 유지 및 하체 근육량 증강 | 체중 감량 (칼로리 제한 및 연소) |
4. 관리 방향의 차이: 약물 선택은 전문의와 함께
비만형 당뇨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 개선과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약물 계열을 우선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마른 당뇨 환자에게 체중 감소를 유발하는 약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상태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마른 당뇨 관리의 핵심은 부족한 인슐린 분비력을 보완하고 남은 췌장 기능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약물 선택은 환자 개개인의 상태(췌장 기능, 합병증 유무, 나이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내분비내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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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당뇨 관리를 위해서는 허벅지 중심의 운동 전략이 필요합니다. |
5. 마른 당뇨 맞춤형 식단 관리 및 운동 전략
비만형 당뇨처럼 밥을 굶거나 무조건 칼로리를 줄이는 식단을 유지하면, 마른 당뇨 환자는 영양결핍과 체중 감소가 더해져 혈당 조절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적정 칼로리 확보와 고단백 식단
매 끼니마다 양질의 단백질(두부, 생선, 닭안심, 사태살 등)을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이기보다는 현미, 잡곡, 귀리 등으로 복합 탄수화물을 적정량 섭취하여 표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올리브유, 아보카도, 견과류) 중심으로 섭취하면 좋습니다.
허벅지 중심의 저항성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만 과도하게 하면 가뜩이나 부족한 근육과 체중이 더 빠질 수 있습니다. 마른 당뇨 환자에게는 유산소보다 근력 운동이 특히 도움이 됩니다. 허벅지 근육과 혈당 관리의 관계에서 다뤘듯이, 하체 근육을 키우기 위해 스쿼트, 레그 프레스, 런지 등의 운동을 주 3회 이상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육량이 늘어날수록 포도당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6. 결론: 체형에 맞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마른 당뇨는 "뚱뚱하지 않으니 당뇨 안전지대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관리 시점을 놓치기 쉬운 유형입니다. 핵심은 체중 감량이 아니라 체성분의 변화, 즉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채우는 방향입니다.
자신의 정확한 대사 상태를 파악하려면 공복혈당 수치만 볼 것이 아니라 내과를 방문해 췌장 분비 지표(C-펩타이드)와 당화혈색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의 체형과 대사 특성에 맞는 식단과 관리 방향을, 담당 의료진과 함께 정해나가시길 권합니다.
7. 출처
- 대한당뇨병학회(KDA) - 당뇨병 이해 및 관리 정보
-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팀 연구 - 한국인과 서양인의 췌장 크기 및 기능 비교 (의학신문, 2018)
- 대한내과학회 - 2형 당뇨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체중조절 임상지침 - 한국인의 상대적 인슐린 분비 장애 특성 관련 근거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적용 방법이 다를 수 있으니, 실제 치료나 운동·식이 계획은 반드시 담당 의사 또는 전문가와 상담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의료정보 면책사항 을 참고해 주세요.

